"혼자서 150만원어치 쓸어갔다"…10대들 사이서 '인기 폭발'

입력 2024-02-04 22:11   수정 2024-02-08 15:07

"오늘만 10만원어치 넘게 샀어요. '덕후'라면 굿즈가 기본이죠. 먹지도 못하는 데 어디 쓰냐고요? 집에 모셔두려고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굿즈를 사서 하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가 올린 사진에는 스티커, 머그잔, 메모지, 엽서, 등 굿즈를 사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바야흐로 '개취'(개인취향)와 '취존'(취향존중)의 시대다.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에도 '굿즈'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 굿즈 시장은 미국에서도 '빅 비즈니스'(Big Business)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상품 시장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에 이어 영화 산업에서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 산업이 활황세를 보인다.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하던 IP 상품 판매를 오프라인(팝업스토어)으로 확장했고 억대 판매고를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웹툰 팝업스토어에 몰린 '구름 떼' 인파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로도 만들어진 네이버 웹툰 '가비지 타임'은 지난해에만 단행본, 오디오 웹툰, 이모티콘 등 IP 비즈니스 연 매출 70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오는 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는 지난 15일 예약받기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모든 시간대 예약이 마감됐다.

'가비지 타임' 팝업스토어 방문자 중 1인 최대 결제금액은 153만 2300원. 관계자에 따르면 1인당 수십만 원어치씩 굿즈를 쓸어가 운영 3일 차부터 전량 동난 항목이 발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다. 운영 4일 만에 역대 타임스퀘어 팝업스토어 하루 매출, 누적 매출 1위에 올랐다.

'가비지 타임'과 같이 2차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요인으로 구매력이 큰 충성 독자층이 꼽힌다. 웹툰·웹소설 IP의 파급력이 향상되면서 영상, 출판, 게임, 음원 등 IP 비즈니스에서 추가 수익을 낸 네이버웹툰 작품 수는 2013년 연간 8편에서 2022년 연간 415편으로 폭증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원작 IP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창작자, 독자, 플랫폼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라며 "아이돌 못지않은 거대한 팬덤을 구축한 IP가 더 많은 접점에서 팬들을 만나기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팝업 성지'로 떠오른 더현대 서울에서 역대급 오픈런을 기록한 것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서비스한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 팝업스토어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데못죽' 팝업스토어에는 현재까지 1만 5000여명이 방문했다. 오픈 첫날엔 '오픈런'을 위해 2000명의 소비자가 몰렸다. 고객 1인당 평균 구매 금액도 50만원에 달한다.

웹툰 단행본은 팬들에게 소장을 위한 일종의 '굿즈'다.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을 모티브로 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이하 마세돌)은 단행본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모금액 41억(2일 기준)을 돌파하며 텀블벅 펀딩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마세돌'의 전례 없는 인기는 팝업스토어를 비롯해, 콘텐츠 산업 흥행을 견인하는 열쇠로 주목받는 'IP 팬덤'의 열기와 파워를 보여주는 케이스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 단행본 펀딩을 향한 뜨거운 열기는 '이세돌'과 웹툰을 향한 큰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경계 없는 IP의 힘과 팬덤의 열정을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 사이에서 팝업 문화가 인기"라며 "초창기엔 굿즈 산업이 활발하진 않았으나 눈에 띄게 훅 떴다. IP 확장의 좋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굿즈로 N차 관람 유도하는 극장가…"한국 영화는 한정적" 아쉬움

굿즈 프로모션은 영화 업계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는 극장가 굿즈 문화 확대 기점 중 하나다. 개봉 이후 관련 만화책이 250만부 이상 팔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농놀'(농구 놀이) 문화가 생기는 등 극장가 안팎으로 '슬램덩크' 열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개봉 1주년을 맞아 전국 영화관에서 확대 상영 중으로 현재까지 486만 관객을 모았다. 개봉 당시 더현대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추운 날씨에도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한 인파가 줄이었다. 1주년 기념 굿즈를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도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에 열렸다. 이곳에선 블루레이 초회판 컴플리트 박스 세트의 예약 판매가 시작돼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처럼 영화계에선 주로 애니메이션 장르가 굿즈를 잘 활용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엘리멘탈' 등이 선착순 굿즈 제공을 통한 N차 관람 유도 전략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가는 자체적으로 영화 굿즈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CGV ‘That’s The Ticket’(댓츠 더 티켓),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롯데시네마 '시그니처 아트카드' 등이다.

CGV 관계자는 "굿즈가 있는 영화가 없는 영화보다는 고객 반응이 체감적으로 더 올라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나 사이트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굿즈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경우 조조 회차나 1회차가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IMAX나 4DX, 아트 영화, 애니메이션 등 마니아들을 확보한 작품에서 속도가 빨랐다. 오는 14일 개봉 예정인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경우도 IMAX 포스터를 선착순 제공할 예정으로, 개봉일 이른 회차에서 더 많은 예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포스터나 오리지널 티켓은 마니아층이 잡혀 있다"며 "한정된 수량이다 보니 초반에 소비된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제작 단가도 있고 배급사 차원에서 무한정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배포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IP 비즈니스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디즈니로 꼽힌다. 국내에도 디즈니와 같은 선례가 생기면 좋겠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자 개봉작들을 대상으로 신작 굿즈를 지속해서 제공 중"이라며 "국내 영화도 대표적인 굿즈는 제공하고 있으나 마케팅 비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굿즈 활용도가 해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한정적이긴 하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가 잘 되는데 굿즈를 만들라고 하면 초상권 문제도 있고 여러 이슈가 걸린다"며 "캐릭터성있는 애니메이션이 굿즈 산업에선 유리하다. 우리나라에도 초상권 문제가 해결되거나 애니메이션 영역이 확장되면 한국 영화 굿즈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에서도 콘텐츠 사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올해 7000억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모태펀드 문화계정 및 영화계정)를 조성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제작사의 IP 확보를 지원하는 콘텐츠 IP 펀드의 정부 출자액은 1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0억원 늘어난 2000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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